타이탄 X 마저 눌러 버린 '지포스 GTX 1080 Ti' 매력 탐구

엔비디아에겐 항상 숨겨 논 카드가 있다. 최신 아키텍처나 미세 공정으로 무장한 차세대 그래픽카드를 발표하면서도 풀 스펙 제품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원래부터 이런 전략을 추구했던 것은 아니지만 AMD가 핑퐁싸움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전략을 구사하게 됐다. 어차피 풀 스펙 제품을 꺼내지 않고도 경쟁에서 승리가 예상 되다 보니 엔비디아 입장에선 풀 스펙 제품을 꺼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Ti 시리즈로 대표되어 왔던 풀 스펙 그래픽카드 들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해 또 한번의 성능 향상을 경험하게 만들어 줬다.
지포스 1000 시리즈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 할 지포스 GTX 1080 Ti도 마찬가지다.
파스칼 GPU 아키텍처로 만들어 진 풀 스펙 그래픽카드 답게 놀랄 만한 성능과 가격으로 게이머들을 흥분시켰고 그 열기는 놀라웠다.

■ 최고는 언제나, 마지막 극적으로!
지포스 GTX 1080 Ti가 존재한다는 것은 PC 게이머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지포스 타이탄 X을 생각하면 절대 풀 스펙 제품은 아니어야 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모두의 예상과 다른 선택을 했다.
어찌 보면 진정한 풀 스펙은 아니지만 축소한 메모리 버스와 ROP 구성을 GPU와 메모리 속도로 커버하면서 지포스 GTX 1080 Ti를 타이탄 X 보다 빠른 그래픽카드로 만들어 냈다.
여기에 더해 699달러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까지 제시해 AMD 베가로 쏠리는 듯 했던 하이엔드 PC 게이머들의 관심과 기대감까지 모조리 빨아 들어 버렸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은 지포스 GTX 1080 Ti 예약 판매로 이어 졌는데 엔비디아가 직접 판매한 일부 지역에선 주문이 하루 만에 마감 됐다고 하니 지포스 GTX 1080 Ti에 대한 기대감이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 지포스 GTX 1080 Ti, 사실은 타이탄 X로 만든 것
PC 게이머들이 지포스 GTX 1080 Ti에 열광한 것은 가격과 성능 때문이다.
699달러라는 가격이 결코 저렴한 가격이라 할 수는 없지만 같은 가격대로 판매했던 지포스 GTX 1080 FE 보다 35% 빠르고 파스칼 GPU 아키텍처 최고 성능인 타이탄 X 보다 빠르다니  지포스 GTX 1080 Ti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런 극적인 연출을 위해 지포스 GTX 1080 Ti에 타이탄 X를 활용했다.
타이탄 X에 탑재된 GP102-400 GPU가 아닌 GP102-350 이라는 새로운 코드명을 부여한 GPU로 지포스 GTX 1080 Ti를 만들어 냈지만 그 속살 자체는 같았다.
차이가 있다면 32비트 씩 쪼개 논 메모리 컨트롤러 중 하나를 죽여 놨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메모리 컨트롤로에 종속된 ROP 유닛이 8개 줄어들었고 메모리 컨트롤러와 연결된 GDDR5X 메모리 또한 한 개가 줄어 11GB를 제공하게 만들어 졌다.
메모리 버스와 ROP 유닛이 축소되며 발생하는 성능 하락은 GPU와 메모리 동작 속도로 보상하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타이탄 X 보다 빠른 그래픽카드가 될 수 있던 것이 지포스 GTX 1080 Ti다.
지포스 GTX 1080 Ti는 GPU 구조만 변경한 그래픽카드가 아니다. 풀 스펙 GPU에 맞춘 최적의 회로 설계로 모든 부품이 목표로 했던 성능에 부합되게 만들었는데 이를 위해 지포스 타이탄 X에 사용한 회로를 활용했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타이탄 X 기판을 튜닝 했다. 타이탄 X가 10 Gbps GDDR5X 메모리에 맞춰서 설계된 만큼 11 Gbps GDDR5X 메모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메모리와 GPU를 연결하는 채널 회로를 손봐야 했고 노이즈나 지터를 개선해 11 Gbps GDDR5X 메모리를 보다 안정적으로 동작하게 만들었다. 
전원부도 그대로 쓰지 않았다. 전력 효율을 개선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듀얼 펫(Dual FET) 2개를 하나로 묶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전원부 페이즈 구성은 타이탄 X와 동일하지만 페이즈 당 2개의 듀얼 펫을 적용, 스위칭 효율과 발열 문제를 개선했다.
참고로, 전원부 페이즈 당 MosFET 구성이 두 배 증가하면 각각의 MosFET의 스위칭 부하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스위칭 속도가 줄어 발열이 낮아지고 높은 온도로 발생하는 손실이 줄어 전력 효율과 안정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쿨러도 타이탄 X의 그것을 가져 왔지만 더 진화한 방식을 사용했다. 
일단, 쿨링의 핵심은 히트싱크와 쿨링팬은 타이탄 X와 동일하다.
GPU에서 발생한 열을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전달시켜야 할 히트싱크의 바닥 부분에 구리 플레이트가 아닌 베이퍼 챔버를 적용 했다. 베이퍼 챔버는 히트 파이프를 얇고 넓게 편 형태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텐데 구리 보다 열 전도율이 높아 고성능 쿨링 솔루션에 적용되고 있다.
베이퍼 챔버와 쿨링팬 외에 변화 된 것은 바로 배기 포트다. 
엔비디아는 배기 포트에 위치시켰던 DVI 포트를 과감히 삭제했다. DVI 포트를 삭제하면 배기 포트로 토출되는 공기 유량을 개선할 수 있는데 엔비디아에 따르면 지포스 GTX 1080 대비 2배나 많은 유량을 실현했다고 한다.
삭제된 DVI 포트는 DP to DVI 젠더를 통해 해결 했는데 파운더스 에디션에는 DP to DVI 젠더가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다. 

■ 지포스 GTX 1080 Ti, 1080 보다 얼마나 빠를까?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1080 Ti가 지포스 GTX 1080 보다 35% 빠르다고 했다. 
게임이나 테스트 환경에 따라 실제 수치는 다르겠지만 평균 그 정도의 성능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세한 조건을 밝힌 것은 아니라서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는데 필자의 테스트 결과 아쉽게도 QHD 게이밍 모니터 사용자들은 그러한 성능 향상을 경험하기 힘든 것으로 확인됐다.
필자가 테스트 한 10개의 게임 중 30% 이상의 성능 향상을 실현한 게임은 3개 뿐이었다. 나머지는 30% 이하에서 골고루 나눠졌는데 이를 종합해 평균을 내면 약 22%라는 결과가 나왔다.
아무래도 QHD 환경에서 끌어 낼 수 있는 프레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아쉽겠지만 QHD 환경의 한계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2560x1440에서 최고 옵션으로 100FPS 이상을 실현한 게임이 절반 이상이나 되는 걸 보면 120Hz 이상의 게이밍 모니터 사용자에겐 지포스 GTX 1080 Ti가 오버 스펙은 아닐 듯 싶다.

■ AAA급 타이틀, 4K UHD 60FPS 가능한가?
엔비디아가 약속한 35%는 어디서 왔을까?
그 결과는 4K UHD 게이밍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위 표에 정리한 결과처럼 지포스 GTX 1080 Ti는 10개 게임 중 7개에서 30% 이상의 성능 향상을 실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QHD와 달리 GPU 성능에 크게 좌우되는 4K UHD 환경인 만큼 지포스 GTX 1080 Ti가 제 성능을 발휘한 결과인데 지포스 GTX 1080으로는 아쉽기만 했던 4K 60FPS 정복의 꿈도 지포스 GTX 1080 Ti 덕에 드디어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언젠가는 4K UHD 60FPS 이상을 실현하는 게이밍 모니터나 그래픽카드가 대세가 되겠지만 지금은 지포스 GTX 1080 Ti 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 DX12와 벌칸, 성능 향상은 얼마나?
DirectX12와 벌칸(Vulkan)으로 대표되는 로우 레벨 그래픽 API는 이론적으론 상당히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게임 개발자가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면서 더 나은 게임 환경을 실현하고 API 오버헤드로 인한 성능 저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권한이 개발자에게 부여된 만큼 자동으로 관리해 줬던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인해 로우 레벨 그래픽 API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상태다.
GPU 개발사도 마찬가지다. 로우 레벨 API로 전환되면서 그에 필요한 하드웨어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고 드라이버 레벨에서의 최적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엔비디아는 비동기식 컴퓨트 부분에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드라이버 개선이 요구되어 왔는데 이 문제를 개선한 드라이버 버전이 지포스 GTX 1080 Ti와 함께 등장하게 됐다.
엔비디아는 DirectX12 개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오류 문제를 해결하고 최적화 작업을 개선하기 위한 툴 3가지를 개발함과 동시에 드라이버 최적화 작업을 계속 해 왔다.
그 결과 다수의 DirectX12 게임에서 평균 16% 정도의 프레임 향상을 이뤄냈다는 것이 엔비디아의 주장이다. 
필자가 확인한 결과는 엔비디아가 제시한 수치 보다는 조금 낮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프레임 향상은 분명 존재했고 10 FPS 이상 프레임이 상승한 게임들이 여럿 있었다. 
특히 벌칸으로 동작한 DOOM 같은 경우는 프레임 상승이 아예 힘들었던 작년과 달리 20 FPS에 가까운 프레임 상승을 이뤄 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정도면 더 이상 DirectX11이나 OpenGL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참고로, DirectX12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지포스 900 시리즈는 아직 눈에 띄는 성능 향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700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 역대 Ti 시리즈 성능 변천사
엔비디아가 Ti 시리즈를 비장의 카드로 사용한 것은 2013년 지포스 GTX 780 Ti 부터 였다.
그 후 900 시리즈를 거쳐 가며 각 세대의 마지막엔 언제나 Ti 시리즈가 등장해 왔고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흘러 Ti 시리즈가 이뤄낸 성능 향상이 바로 위 그래프에 나타나 있다.
1000 시리즈를 대표하는 지포스 GTX 1080 Ti의 성능과 3년 전 지포스 GTX 780 Ti의 성능을 비교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아직 700 시리즈를 사용하는 게이머에겐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듯 싶다.
성능 변화와 함께 주목할 부분은 바로 소비전력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3년 간 Ti 시리즈를 계속 만들어 냈지만 소비전력 만큼은 그들이 정한 기준을 넘지 않았다.
트랜지스터 숫자가 증가하고 코어 구성이 늘어나면 성능 향상과 함께 전력 소모가 증가할 수 밖에 없지만 반도체 생산 공정을 미세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전력 증가를 억제했고 그 결과 소비전력 증가 없이 최대 3배 이상의 성능 향상을 만들어 냈다.

■ 오버클럭, 두둑한 보너스 가능할까?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1080 Ti FE를 2GHz로 동작시켰다고 주장했다. 실제 파라곤 데모에선 2GHz로 랜더링 중인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GPU 클럭을 1/3 이상 높이는 것이어서 상당한 성능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2GHz 오버클럭은 스펙상의 클럭이 아닌 실제 워킹 중인 클럭, 즉 전압별로 할당된 클럭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압 조정 없이 최고로 높일 수 있는 클럭 한계는 +150Mhz 여서 기대했던 400Mhz 이상은 실현 불가능했다.
위 결과는 전압 별 클럭 할당 방식이 아닌 예전 방식대로 GPU 클럭을 150Mhz 높여 안정화 한 테스트 결과다.
GPU-Z에는 부스트 클럭 기준 1732Mhz로 셋팅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작동한 최대 클럭은 엔비디아의 주장처럼 2GHz 였고 그 결과 7% 정도의 성능 향상을 이뤄낸 것으로 측정 됐다.
실제 게임으로 프레임을 측정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리 큰 보너스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다.

■ 가격과 성능, 지포스 GTX 1080 Ti의 확실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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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스 GTX 1080 Ti의 매력은 분명하고 명확하다. 지포스 타이탄 X 보다 빠르면서 가격은 699달러라는 점이다.
이 가격과 성능은 499달러로 인하된 지포스 GTX 1080와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For Honor 1440p 기준)라서 투자 한 만큼 더 나은 성능을 바라는 게이머에게 이 보다 확실한 답은 없다.
앞서 설명했듯이 QHD 게임 모니터 사용자에겐 100FPS 이상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최고 옵션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 주고 4K UHD 모니터 사용자에겐 4K 60FPS 꿈을 실현해 줄 유일한 그래픽카드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AMD 베가가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만큼 일단 기다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꼭 그 정도로 신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 되는데 지포스 GTX 1080 Ti 보다 게이밍 성능이 앞선다 해도 HBM2를 생각하면 이보다 싸게 파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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