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HDR 콘텐츠' 체험기, SDR vs 돌비비전

영상 가전 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HDR은 먼 미래에서 즐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분야에 따라 HDR 기술 도입 시기와 표준 기술에 차이가 있어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돌비가 제안한 PQ 방식의 표준 HDR (HDR10)은 이미 현실에서 실현된 기술이다. 
올해 출시된 2016년형 UHD TV는 물론이고 2015년형 UHD TV 일부 모델도 HDR10 기반 표준 HDR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다.
콘텐츠 수급도 활발해지고 있다. 
자본력이 튼튼한 헐리웃 스튜디오는 이미 발매됐거나 앞으로 발매될 울트라HD 블루레이 타이틀에 HDR이 적용하고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HDR 콘텐츠 일부가 Vudu와 아마존 같은 OTT 업체를 통해 가정으로 스트리밍 되고 있다.
헐리웃 영화 보다는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에 집중하고 있는 넷플릭스도 8월까지 100시간 이상의 콘텐츠를 HDR로 스트리밍하고 연말까지 150 시간 이상을 추가할 계획이어서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HDR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지금도 HDR 재생이 가능한 2016년형 UHD TV로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는 가입자들은 마르코폴로 시즌1과 두 오버(The Do-Over)를 HDR 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
오늘은 넷플릭스를 통해 HDR 콘텐츠의 체감 화질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HDR 콘텐츠
넷플릭스는 국내 OTT 업체 중 유일하게 HDR 콘텐츠를 스트리밍하고 있다. 
돌비가 개발한 돌비 비전(Dolby Vision)과 미국 영화텔레비전기술인협회(SMPTE)가 표준으로 승인한 HDR10(PQ 기반)으로 지난 4월 부터 HDR 콘텐츠를 스트리밍 하고 있다.
돌비 비전과 HDR10을 모두 지원하는 첫 번째 콘텐츠 '마르코 폴로 시즌1'을 시작으로, 두 오버(The Do-Over)의 HDR10 버전을 이미 스트리밍 하고 있고 곧 불꽃(Hibana)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위험한 대결(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블러드라인(Bloodline)',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 '시도니아의 기사(Knights of Sidonia)', '마블 데어데블(Marvel’s Daredevil)', '마블 아이언 피스트(Marvel’s Iron Fist)', '마블 제시카 존스(Marvel’s Jessica Jones)', '마블 루크 케이지(Marvel's Luke Cage)', '마블 디펜더스(Marvel’s The Defenders)', '리디큘러스 6(The Ridiculous Six)'가 HDR로 새롭게 제작되거나 이미 제작해 둔 콘텐츠를 리그레이드해 서비스 될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8월까지 150시간의 HDR 콘텐츠를 약속했으니 적어도 한달에 한 개 이상 신규 HDR 콘텐츠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돌비 비전과 HDR10의 기술적 차이는 컬러 비트 차이와 휘도 범위 동적 메타데이터 활용, 하위 호환 여부로 구분할 수 있다. 
HDR10은 SDR로 재생할 수 있는 별도 스트림이 없어 SDR TV에선 정상적인 재생이 불가능하고 10비트 컬러에 휘도 범위가 최대 1000니트로 정해졌다. 이와 달리 돌비 비전은 SDR TV에서 SDR 콘텐츠로 시청이 가능하도록 SDR 영상에 HDR 데이터가 추가된 듀얼 스트림 방식을 사용하고 12비트 컬러에 4000니트까지 휘도 범위를 활용하도록 했다. 
동적 메타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장면 마다 휘도 범위를 제어할 수 있어 한정된 휘도 범위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장면 묘사도 가능하다. HDR10은 최대와 최소 휘도가 정해지면 변경이 불가능해 모든 장면을 정해진 휘도 범위에 맞춰 그레이딩 해야 한다.
  
■ 돌비 비전으로 재현된 마르코 폴로 HDR, 그 효과는?
필자는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 LG OLED TV로 마르코 폴로 시즌1을 시청했다. 사용자 마음대로 HDR과 SDR을 선택할 수 없어 SDR 영상은 태블릿에서 HDMI로 출력해 사용했고 TV에서 제어하는 영상 옵션 모두 기본 설정(영화 모드)을 유지했다.
촬영된 사진은 1~2분 차이를 두고 동일한 감도와 조리개, 셔터 속도, 수동 화이트밸런스로 촬영해 HDR과 SDR의 전반적인 밝기 차이와 하이라이트와 암부 차이를 구분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사진으로 찍은 이상 HDR의 모든 것을 그대로 담아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SDR과 HDR의 근본 차이를 비교하는 용도로는 무리 없는 수준였다. 실제 촬영된 사진도 TV에서 보여지는 SDR과 HDR 느낌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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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마르코 폴로가 HDR로 스트리밍 된다는 소식을 듣고 넷플릭스 가입 후 아직까지 마르코 폴로 시즌1을 시청하지 않았었다. 
HDR로 재현된 화면을 보기 위해 SDR 버전을 보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 온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지만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돌비 비전으로 재현된 마르코 폴로 시즌1은 기대 이하였다.
마르코 폴로 시즌1은 HDR 화면이 훨씬 어두웠다.  
연등이 늘어선 마지막 장면처럼 하이라이트 영역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놀라웠지만 이것이 진정 HDR 때문인지는 의심스러웠다.
마치, SDR 버전에서 전체 레벨을 낮춘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어떤 장면에선 등장 인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미간을 찡그릴 정도였다. 
암실 조건에 맞춰 캘리브레이션한 TV를 낮에 시청할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이다.
이런 이유에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필자처럼 어두운 화면이 싫은 사람들은 3가지 영상 옵션을 선택해 평균 밝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돌비 비전으로 재현된 콘텐츠를 재생하면 영상 옵션에서 기본 옵션인 영화 외에도 밝은 영상과 선명한 영상을 선택할 수 있다. 
각 옵션 별 효과는 위 비교 사진과 비슷하다. 밝은 영상이나 선명한 영상을 선택하면 SDR과 유사한 평균 밝기로 어둡지 않은 화면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SDR 콘텐츠 처럼 하이라이트 영역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진정한 HDR 효과라 하긴 어려울 것 같다.

■ 비공식 HDR, 두 오버(The Do Over)도 마찬가지
지난 달 런칭 된 아담 샌들러 주연의 두 오버(The Do-Over)도 HDR10으로 화면을 재현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안내 페이지에 HDR 버전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필자가 사용한 LG OLED TV에서 두 오버를 재생하면 HDR 콘텐츠라는 메시지가 나타나면서 SDR과는 다른 휘도의 영상을 보여준다.
사진 처럼 HDR로 재현된 두 오버의 모든 장면은 SDR 화면 보다 어둡다. 커튼 속에 내려 쬐는 햇빛 속에서 창틀 외형을 살려내긴 했지만 실내가 전반적으로 너무 어둡다. 
실제 촬영장 모습 그대로의 밝기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무언가 찾고 있는 주인공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찍는 감독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마르코 폴로 시즌1 돌비 비전과 마찬가지로 두 오버 HDR의 전체 밝기는 SDR 버전에서 레벨 조정으로 만들어진 화면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HDR10 콘텐츠도 돌비 비전처럼 전체 밝기를 조절하는 3가지 영상 옵션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하이라이트 영역이 날아가는 문제는 그대로 였다.
  
■ HDR 콘텐츠, 이정도 차이는 있어야..
넷플릭스가 보여준 HDR 콘텐츠는 어둡다. 낮에 보기 민망할 정도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HDR 콘텐츠라 생각하진 않는다. 
위 사진은 삼성이 지난해 시연했던 Life of Pi의 HDR 클립과 블루레이 SDR 버전을 비교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Life of Pi의 HDR 클립은 SDR과 비슷하거나 좀 더 밝은 평균 휘도에 극명한 암부 차이도 없는 자연스러운 화면을 보여줬다. SDR에선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별이 추가로 표현됐고 최고 휘도가 구현되는 저녁 노을 장면에서도 호랑이 모습을 어둡지 않게 표현해 냈다.
필자가 사용한 Life of Pi의 HDR 클립이 실제 울트라HD 블루레이로 만들어 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정도 임팩트도 없이 HDR 콘텐츠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 넷플릭스 HDR 콘텐츠, 네이티브는 다를까?
비공식 넷플릭스 팬사이트(whats-on-netflix)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서비스 할 HDR 콘텐츠는 네이티브로 촬영된 버전과 그렇지 않은 버전이 있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예고한 HDR 콘텐츠 리스트 중 SDR 버전이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 모두가 네이티브 버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 HDR이 구현된 네이티브 콘텐츠는 '불꽃(Hibana)', '위험한 대결(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마블 루크 케이지(Marvel's Luke Cage)', '마블 디펜더스(Marvel’s The Defenders)', '두 오버(The Do-Over)'가 전부라고 한다.
SDR 보다 어둡고 레벨 조정이 전부로 보였던 마르코 폴로 시즌1은 SDR 콘텐츠를 업그레이드 한 것 뿐이라서 Life of Pi 같은 임팩트를 경험하기 힘들 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이러한 주장의 사실 확인을 위해 넷플릭스에 HDR 콘텐츠의 휘도 차이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다. 원래 HDR 콘텐츠가 어두운 것인지, 네이티브 콘텐츠는 다른 것인지는 넷플릭스의 답이 오는 대로 기사에 추가할 계획이다.
네이티브 콘텐츠로 소개된 불꽃(Hibana)은 국내 서비스에 들어가면 HDR과 SDR 차이를 비교해 볼 생각이다. 해외에서는 지난 2일, 이미 스트리밍이 시작된 콘텐츠라서 국내에서도 곧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앞서 소개한 두 오버도 마르코 폴로 시즌1 처럼 어두운 화면이 전부였지만 넷플릭스가 HDR 콘텐츠로 표기한 것은 아닌 관계로 재 테스트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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